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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소감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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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1건 조회 2,668회 작성일 21-01-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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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 소감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TSMI의장)

 

 

나는 19889월에 조교수로 발령을 받아 지난 8월 말일에 정년을 하기 까지 꼭 30년을 서울대 경영대학에 재직하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관악산에 들어와서 평창올림픽이 열린 해에 떠나게 되었습니다.

 

정년은 지난 세월을 돌아보고 미래를 다시 설계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는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무엇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는지를 생각해봅니다. 크게 세 가지의 힘이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운명적인 만남들입니다. 인연의 자는 하늘의 뜻이고 자는 사람의 뜻이라고 합니다. 내 인생에서는 내 의지와 관계없는 귀한 만남들이 있었고 그러한 만남들을 잘 이어간 덕분에 스스로 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이룰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만난 친구들과 선후배들은 나를 결코 현재에 안주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자극하였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들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서울대 교수를 포함해서 내 이력서에 적혀있는 역할들 대부분은 누군가가 내게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내게 도움을 주었던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도 제대로 전하지 못하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둘째는 용기가 길을 열었습니다. 용기는 결정적인 변곡점에서 나를 바꾸어줄 수 있었습니다. 대학 재학시절에 용기를 내서 교수 연구실 문을 두드렸기 때문에 교수님들이 나를 이름으로 불러줄 수 있었고 그들의 격려 덕분에 나의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별 볼일 없었던 처지였지만 용기를 내서 한 여인에게 프로포즈를 하였기 때문에 오늘의 가정을 이룰 수도 있었습니다. 월급 많이 주던 직장을 버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 것도 어려운 결단이었습니다. 또 재정적 여유가 없었음에도 가족과 함께 유학을 떠난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밝히는 용기는 사람들과 좀 더 친밀한 관계를 갖도록 해주었습니다. 용기는 내가 그렇지 않았더라면 갈 수 없었을 길을 가도록 해주었습니다.

 

셋째는 진정성과 뜻이 중요했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습니다. 아닌 것을 그런 척하거나 인 것을 아닌 척하는 것은 결국에는 드러납니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일할 때는 떳떳하지 않으므로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거나 아닌 것처럼 행동하게 되고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의 신뢰와 도움을 얻지 못하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 자기를 보여주고 어떤 일을 할 때에는 그 일을 왜 하는지를 스스로 묻고 남에게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하는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 때문에 편한 길 대신에 힘든 길을 선택하게 되었고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운명적으로 만난 사람들은 좋은 뜻을 갖고 용기를 내서 도움을 청하였을 때 결코 나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학창시절에 나는 많은 친구들과 선후배를 만나면서 이런 것들을 몸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 이끌려서 참여하게 된 학회 활동과 청계천 뚝방 판자촌의 활빈교회 배달학당에서의 야학활동 등은 책에서 배울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교수를 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자신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불안해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학생들에게 좋은 뜻을 갖고 용기를 내서 미래에 대해 도전을 하면 반드시 하늘이 돕는다는 믿음을 심어주고자 하였습니다. 서울대 경영대학의 젊은 후배들은 이 나라의 미래입니다.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특별한 재능을 많은 사람들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용기를 내서 더 많은 일에 도전하기를 바랍니다.  끝.

댓글목록

나석환님의 댓글

나석환 작성일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저도 인연과 용기, 그리고 진정어린뜻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가올 훌륭한 인연들에게 용기 있게 진정으로 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