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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입대하는 제자에게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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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26회 작성일 21-07-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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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군에게,

 

 

한 여름에 입대를 해서 고생이 많을 것 같네요. 과거에 군대 간 제자들에게 보냈던 편지를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그 이상 특별히 더 좋은 말들이 생각이 나지 않아 중요한 부분은 그대로 다시 써 봅니다.

 

내가 가끔 이야기하는 것입니다마는 아픔이 없이는 성장하지 않습니다. 곱고 단 음식보다 거칠고 쓴 음식이 오래 씹으면 그 맛이 더 있는 것처럼 아픔과 고생이 없이는 보람된 일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철봉이론'과 같이 한번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사람은 언제든지 그 문을 드나들고 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마는 그렇지 못한 사람은 변화하지 못하고 현재의 위치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군에서의 훈련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머리는 쓸데없는 것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잊어버리고 머리를 비우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군대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훈련 중에도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쓸데없는 것들은 나도 모르게 정리될 것입니다.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지우개로 지운 깨끗한 공간을 갖게 된다는 것은 더 할 수 없는 가능성입니다.

 

세상 속에 묻혀서는 자기의 모습을 잘 보기 어렵습니다. 늘 버둥거리던 공간을 떠나 있을 때 우리는 자기의 모습을 잘 돌이켜 볼 수 있습니다. 늘 익숙해 있던 공간에서는 자기가 두드러져 나오지 않고 자기가 전체 그림의 일부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새롭고 어색한 공간에 놓여 있을 때 자기의 어떤 모습들을 새롭게 깨닫고 발견하게 됩니다. 군대는 상당한 부분 과거와 단절된 공간입니다. 자기를 돌아보고 자기를 찾고 만드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십시오.

 

건강은 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자산입니다. 그러나 건강과 체력은 생각하는 것처럼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건강을 잃은 후에 다시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군대는 건강과 체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기회입니다. 능력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체력은 한계상황에 도달하지 않으면 개발되지 않습니다. 등산을 할 때 가슴이 터져 나가는 듯이 숨이 가쁜 상태가 되어야 운동이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자기 스스로 한계상황에 도달하기는 어렵습니다. 군대는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우리를 한계상황까지 몰고 갈 것이므로 우리의 체력은 자기의 의지와 관계없이 증진될 것입니다.

 

모든 일은 그 일을 받는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긍정적으로 일을 받는 사람은 주인이 되고 부정적으로 억지로 끌려가는 사람은 노예가 됩니다. 군대에서의 훈련과 복무 기간을 주인의식을 갖고 보내게 된다면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몸으로 체득하게 될 것이고 미래를 위한 재도약의 발판을 굳히게 될 것입니다. 항시 기본에 충실하기 바랍니다. 훈련을 마치고 공부를 할 여유를 갖게 되는 경우에도 기본적인 공부를 해두기 바랍니다. 세세하고 특별한 것은 특별한 상황에 맞는 것이나 우리가 그러한 특별한 상황에 마주칠 것인지는 하늘만이 아는 것 아닙니까.

 

하루하루를 길 걷듯이 보내기 바랍니다. 영화나 만화와 달리 세상에는 점프가 없습니다. 거칠 것을 거치지 않고 10년 뒤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거칠 것을 거치지 않고 지나쳐 간다면 어디에선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하루는 미래를 향해 가기 위하여 반드시 디뎌야 하는 징검다리일지 모르겠습니다. 미래에는 우연적 요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마는 우리가 겪은 과거는 피할 수 없는 필연입니다. 거기서 만난 동료는 우연히 만났는지 모릅니다마는 사귀고 나면 피할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좋은 친구 많이 사귀어 두십시오. 좋은 친구는 부채가 아니라 자산입니다.

 

항시 자기를 사랑하고 건강 조심하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내기 바랍니다.

 

 

2022년 여름 

郭 守 根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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